대장 절제술을 집도 해주신 외과장님께서 병원을 추천 해주셨다.
집과 직장 근처에서 가까운, 그리고 혈액종양내과가 있는 경기도권 큰 병원이였고, 예약없이 방문 하면 진료 받을 수 있다고 해서 바로 다음날 오전 일찍 진료를 받으러 갔다.
당일 예약 환자들 진료가 다 끝나고 나서 진료를 받을 수 있었는데 단순한 병이 아닌 만큼, 다른 병원에도 문의 해서 진료 받아보기로 결정하고 경기도권 보다는 아무래도 서울 상급병원으로 가는게 낫지 않겠다 싶어서 SRT가 바로 옆에 있는 삼성서울병원으로 예약을 잡았다.
병원을 알아보기 위해 엄청난 인터넷 검색을 하고, 여러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정보를 수집했다.
가장 큰 도움이 됐던 사이트는 다음카페 [림사랑] 이였다.
제 블로그를 찾아오는 환우분들은 꼭 위 카페를 가입해서 공유하고 소통하길 바랍니다.
암은 혼자 이겨내는 병이 아닙니다.
공개하고 공유하고 서로 의지하면 금방 이겨낼 수 있는 병입니다.
알아본 바로는 병원마다 치료하는 스케줄이 약간씩 다른데
서울성모병원과 삼성서울병원 두 군데가 메이저라는 소리를 들었다. 두 군데 모두 예약을 잡고 예약이 빠른 삼성병원을 먼저 갔다.
삼성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성모병원엔 가지 않는 쪽으로 결정을 했다. 사실 혈액암이 표준 항암 치료, 조혈모세포 이식 말고는 다른 방법이 딱히 없기도 하고 성모병원은 며칠 입원 해야 한다는 얘기가 있어서 이미 많은 휴가를 쓴 상태라 더는 휴가를 내기가 어렵기도 했다.
삼성병원은 항암 주사 맞고 당일 귀가 하도록 해서 삼성병원을 택했다. 수서역이랑 가깝기도 했고, 삼성병원 셔틀버스가 수서역에 평일 5분 간격으로 돌기 때문에 정말 엄청 편하다.
나이가 좀 있으신 분이나 지병으로 면역력이 약한 분들은 당일 항암치료가 안좋을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나도 4차 항암부터는 정말 힘들었으니까.. 특히 오심이 너무 심했다.
그렇게 삼성서울병원으로 첫 진료 예약을 잡고 갔는데 정말 깜짝 놀랐다. 혈액종양내과 앞에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이래서 중증종합보험 하나 정도는 필수로 들어야 하는구나 생각했다.
그렇게 한시간 정도를 대기 하다가 담당 교수님과의 첫 진료를 받았다. 진료 예약을 하고 가도 당일 상황에 따라 시간이 밀리는건 어쩔 수 없었다.
모든 진료일 2시간 전에는 항상 혈액 검사를 해야한다. 결과가 나오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진료시간 전에 미리 채혈실에 가서 검사에 쓰일 혈액을 채취 해야 한다.
예약 시간표를 보면 한시간에 4~5명씩 빽빽하게 진료가 잡혀있는데 외래 진료일은 항상 이렇다고 하더라..
환자나 환자의 보호자는 치료를 위한 병원을 선택할 때, 무조건 서울에 있는 상급 병원이라도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다. 환자의 상태나, 가까이에서 보살펴줄 수 있는 보호자의 위치, 병원과 거주지의 거리 등 모든 상황과 경우의 수를 따져보고 결정해야 한다.
나와 같은 병으로 투병 중이였던 한 가족의 일인데, 경남에서 서울까지 와서 항암치료를 받고 내려가는 분이 계셨다. 나이도 많으신 할아버지셨는데 경남 지역에서 치료받자니 불안하고, 서울까지 와서 치료하자니 힘들어하실 것 같고, 서울에는 마땅히 간호해 줄 보호자가 없었다. 하지만 무리해서라도 서울에 올라와 항암 치료를 하고 계셨다.
나중에 환자분께서 힘들어 하셔서 경남쪽 대학병원에 다니기로 결정 했다는 말을 들었다. 얼마나 고민을 많이 했을까..
림프종 확진 받고 항암 치료를 하기로 한 경우 표준 항암제는 어디든 다 똑같다고 한다. 문제는 예측 불가능한 어떠한 일이 발생했을 때 어떤 시설이나 어떤 의료 시스템으로 신속하게 대응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가?, 얼마나 많은 이벤트를 겪었고 그에 따른 매뉴얼이 얼마나 잘 작성되어 있을까? 와 같은 것이다.
이런 문제들로 대부분 환자들이 서울의 상급 병원을 선택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결국 환자는 치료도 치료지만 결정적인건 믿음이다. 얼마나 내 담당 주치의를 믿고 따를 수 있을까?
잘 봐주신다는 교수님을 수소문해서 진료받겠지만 사실 무엇보다 중요한건 그 의사를 내가 얼마나 신뢰하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환자는 의사를 믿고 잘 따라야 한다. 믿음이 없으면 마음이 무너지고 초조해지며 스스로 환자 자신을 더 병들게 한다.
내 담당 교수님은 하루에도 수백명의 환자를 진료하고 상담하겠지. 나 같은 환자 수백명을 담당하고 있으니까. 모든 사람에게 같은 말을 반복에 반복... 담당 간호사도 마찬가지.. 반복적인 말들로 대화를 이어나가겠지..
이렇게 생각했지만, 난 아직도 담당 교수님의 첫 한마디가 잊히질 않는다.
"많이 걱정되고 무섭겠지만 고칠 수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저랑 같이 치료 잘 받읍시다."
실제로 내 병을 치료한건 독한 항암제지만 정말 내 병을 치료한건 첫날 교수님이 하신 저 말이 아닐까 생각한다.
저런 따뜻한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정말 절실하게 느꼈고, 지금도 느끼고 있다.
그래서 난 아직 인스타로 많은 환우분들과 소통하며 응원한다.
상급병원으로 전원을 위해 이전 병원 담당 의사의 진료의뢰서를 써주셔서 그거 제출했고, 수술 기록지, 병원에서 준 CD랑 조직검사 슬라이드를 제출했다. 조직검사 슬라이드는 정확하게 몇 장을 제출했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꽤 많은 양을 냈던 것 같긴 하다. 염색, 비염색 몇 개씩 냈었는데... 삼성서울병원에서는 슬라이드 말고 큐브인지 블럭인지가 좋다고 했는데 그건 내가 수술받은 병원에 문의해 보니 없다고 해서 슬라이드를 제출했다.
그리고 타 병원에서 촬영한 CT자료나 조직검사결과지는 참고만 할 뿐, 모든 검사는 상급 병원에서 다시 한다.
그리고 그렇게 진료한 다음에 유전자 무슨 검사할 거냐고 다른 의사분이신지 오셔서 물어보는데 안 해도 된다고는 했지만 받기로 했다. 암이라는 게 발병 원인을 대부분 모르는데, 그래도 유전자 검사를 통해 유전적 요인을 조금은 알아볼 수 있는 것 같았다. 근데 비용이 제법 비싸다. 대략 60만원 정도 들었던 것 같다.
PET-CT, 복부와 흉부 CT 촬영 날짜를 예약하고, 그 외 설명들을 듣고 첫 진료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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